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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까지

롤라이플렉스 사용해 보기


중형에 관심이 생겨 중형필름을 한번 써보고 싶다고 했더니 방장이 빌려준다면서 645와 롤라이플렉스 중에서 뭘 써보겠냐고 묻는다.
이왕이면 모양도 예쁘고 클래식한 롤라이플렉스로 마음이 확 쏠려 롤라이플렉스를 써보겠다고 하고 빌려서 몇장 찍어봤다.


우선... 필름 넣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방장이 첫롤을 넣어주면서 설명을 해줬는데 첫롤을 다 찍고 두번째 필름을 잘못 넣었다. 그것도 고가의 벨비아50을....
이왕 못쓰게 된 필름이니 필름 넣는 연습을 해보려고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봐도 제대로 걸리질 않는다.
결국 나중에 확인해 보니 철심 아래로 통과시켜야 하는데 그 위로 걸쳤다는... ㅜㅜ
필름 넣는걸 배우기 위해 꽤 비싼 수업료를 치뤘다.


정작 2롤을 찍고는 게으름으로 너무 오랫동안 필름을 방치하다가 현상, 스캔을 했더니 제대로 찍지 못 한데다 색도 좀 변해 있었다.


현상, 스캔해 본 후 느낌은 내가 괜한 욕심을 부렸다는거다.
그냥 645를 써보는게 나에게는 나았을 걸....
롤라이플렉스가 나빠서가 아니라 내 실력이 롤라이플렉스의 장점을 뽑아내지 못 하는게 문제다.

롤라이플렉스는 파인더를 들여다 보면 상이 좌우가 바뀌어 맺힌다.
아무리 열심히 움직여도 구도를 맞추는게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이리저리 맞춰보다가 도저히 못 맞춰서 대충 찍은게 한두번이 아니다. 심지어 수평 맞추는 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나처럼 성질이 급하고 대충 대충 뭘 하는 사람에게는 안 어울리는 듯)
두번째는 노출계가 없어서(있는 기종들도 대부분 노출계는 작동 안 한단다) 나같은 허접 진사에게는 여간 번거롭고 힘든게 아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같이 가지고 다니면서 조리값을 입력해 셔속을 확인하고 맞추긴 했지만 이미 디지털에 익숙해져 있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셔속도 안 맞추고 셔터를 눌러버리기 일수였다.  셔터 누르고 나면 그제서야 생각 나서 아차~  ^^



하지만 파인더를 내려다 보는 재미가 쏠쏠했고, 역시 중형이라 디테일은 훌륭했다.




촛점이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사진
원래 유모차에 촛점을 맞춘건데 어떻게 이렇게 찍혔는지 .... 


두롤 중 제일 잘 나온 사진
대부분 노출이 엉망이라 제대로 나온 사진이 거의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현상을 안 해서 필름이 변했다.  ㅡㅡ


꽤 많이 크롭을 했음에도 풀의 질감이 살아있다. (저기 삐죽 나와있는 억새는 뭐냐고... ㅡㅡ )
판형이 깡패라는 말을 실감했다.



반도 안 되게 크롭을 했는데도 이 정도 사진이 나온다.


스캔한 사진 중 맘에 드는건 없다.  내가 빨리 찍어 현상해보겠다는 맘이 앞서 그냥 아무렇게나 셔터를 누른 탓이다.
(그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다찍고 현상, 스캔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 필름이 조금 상했다. 아.. 게으른 자여...)

지금 중형필름이 3롤 남아있는데 이걸 롤라이플렉스로 찍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다시 찍는다 해도 구도를 잘 맞출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다.  ㅡㅡ
LX를 써봤더니 노출계가 있으면서 노출이 정확한 필름카메라가 얼마나 편한지 확연히 알게되서 더더욱 그렇다.  ^^

645를 구해서 잠시 찍어 볼까 싶기도 하고 그냥 롤라이플렉스로 나머지도 찍어볼가 싶기도 하다.
잠시 고민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