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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까지

당신과 나, 그래서 우리






처음 당신의 손을 잡던 날
당신은 스물셋 꽃다운 아가씨였습니다.
당신이 하얀드레스 입고, 작은 아버지 손에 이끌려 내 손을 잡던 날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처음 당신의 손을 잡던 날
당신은 스물아홉 늠름한 총각이었습니다.
작은 아버지 손에 이끌려 당신 손을 잡던 날
나는 설레이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손을 잡고 사십여년을 살아왔습니다.
기쁜 일도 많았고, 때로는 슬픈 일, 어려운 일도 있었습니다.
또 당신이 사랑스럽기도 했고, 가끔은 다투고 야속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마음에 잡은 손을 놓고 싶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나이 들어 어느새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네요.
잡고 있는 우리 손을 바라보니 굵어진 마디에 주름이 졌습니다.
그래도 항상 당신 손을 잡고 있으니 세상에 두려울 것도 부러운 것도 없습니다.
당신 손이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입니다.
우리 이렇게 두 손 꼭 잡고 살아갑시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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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 주름진 손을 맞잡은 부모님을 사랑합니다.